현대일본의 요괴문화론

현대일본의 요괴문화론, 박전열/임찬수 외, 2014-05-19
제이엔씨, ISBN 978-89-5668-430-7 03380

 

트리즈로 보는 요괴의 창작방식

임찬수

1 일본의 요괴 이미지

24p. <지도와 줄거리로 보는 일본의 요괴전설>(志村有弘, <地図とあらすじで読む日本の妖怪伝説>, 2008)에서는 일본의 대표적인 요괴를 기록하고 있다. … 일본 47현을 대표하는 요괴들이 표시되어 있다. 각각의 요괴들은 오늘날 각 지역의 마스코트나 수호신, 관광 자원으로써 활용되고 있을 정도이다.

2 에마 쓰토무의 요괴 분류법

24p. 일본의 요괴학자 에마 쓰토무江馬務는 요괴를 먼저 단독적인가 또는 복합적인가로 분류하고, 하위분류로서 동물, 식물, 기물器物, 건축, 자연물로 나누었다.

26p. 인간에 대한 원한이 있다거나 장난을 치기 위해서, 또는 인간의 행위와 관련된 설화나 전설에 기인하여 출몰하므로 교훈이나 징계를 주기 위해서도 인간적인 요소가 반영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인간적인 모습을 지닐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3 요괴도감과 트리즈

29p. 요괴 이미지의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 적용한 도구는 바로 트리즈TRIZ와 <요괴도감妖怪図鑑>이다. 이 책은 교고쿠 나쓰히코京極夏彦와 다다 가쓰미多田克己가 편집한 것으로, 에도시대에 제작되었다고 추측되는 4가지의 요괴 그림두루마리絵巻인 <바케모노 모음집化物づくし(30종류)>, <백괴도감百怪図鑑(30종류)>, <백귀야행 두루마리 그림百鬼夜行絵巻(22종류)>, <바케모노 그림두루마리化物絵巻(28종류)>가 수록되어 있다. … 발명이론 트리즈TRIZ는 러시아어 ‘Teoriya Resheniya Izobretatelskikh Zadatch’를 줄인 용어로, 겐리흐 알트슐러(Genrich Altshuller, 1926-1998)가 제창한 창의적 문제 해결에 대한 체계적 방법론이며, 발명을 위한 발상법이다.

32p. 이 중에서 가장 많은 빈도수를 차지하는 항목은 비대칭, 추출, 복합재료, 국소적 성질, 속성변화, 색깔 변경 순이다. 가장 많은 빈도수를 나타낸 비대칭은 30종류의 요괴 중 23종류가 이에 해당하며, 가장 많이 사용된 원리였다. 대표적인 예로는 누레온나濡れ女, 산 동자山童, 누라리횬ぬらりひょん을 꼽을 수 있다. / 누레온나는 상반신은 길고 젖은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여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 혀는 뱀의 혀처럼 길게 되어 있고, 하반신도 큰 뱀의 모습으로 묘사하였다. 두 개의 다른 개체를 합쳐 새로운 이물異物이 창조하였는데, 뱀도 아니고 여니의 모습도 아닌 비대칭 구조로 되어있다.

35p. 국소적 성질의 원리란 물체나 외부환경(작용)의 구조를 동질적인 것에서 이질적인 것으로 바꾸거나 물체의 여러 부분들이 서로 다른 기능을 수행하도록 배치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해당하는 요괴는 17종류이며, 그 대표적인 예로 쇼케라しょうけら, 로쿠로쿠비ろくろ首, 효스베ひょうすべ가 속한다.
36p. 로쿠로쿠비의 특징은 보통 인간의 모습과 동일하나 구불구불 길게 늘어나는 목에 있다. 여인의 목은 빙글빙글 돌리거나 어느 정도 길게 빼는 것도 가능하다. 그리고 늘어난 목은 병풍을 넘을 수도, 방문 밖으로 목을 늘어뜨릴 수도 있을 정도로 길게 묘사된다. 이질적이며 상상을 초월한 모습이다.

오늘날에도 변형을 거듭하는 눈 속의 여자요괴, 설녀

나카자토 료헤이

1 눈 내리는 밤에 나타나는 하얀 여인

42p. 현대 일본 사람들은 요괴의 존재를 전면적으로 믿고 있지 않다. 어느 시대까지 요괴의 존재를 믿고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의 답은 구하기 어렵다. 현대 일본 요괴란 ‘옛사람들’이 믿고 있었던 것으로, 다양한 의미로 이미지가 고정화되었고, 나아가 캐릭터화되어 소비되는 존재가 되었다. 여기에는 현대 일본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요괴 사이의 이중적 의미의 단절이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조사현장에서는 요괴에 관한 이야기를 적지 않게 들을 수 있다. 필자는 요괴에 관하여 집중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것은 아니지만, 여러 화제 가운데에서 문득 요괴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 경우가 있었다.
본고에서는 현대 일본의 요괴에 관해 고찰하면서 ‘그럴싸한’ 이야기, 즉 그럴싸하게 새로 꾸며내는 이야기에 주목하기로 한다. 이에 관련된 개념이 ‘전승의 합리화’이다.
43p. ‘전승의 합리화’란 간단히 정리하자면 ‘이제까지 전승을 이어온 공동체 속에서 당연한 것으로 믿고 있었던 전승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 합리적이지 않은 것으로 변해 가면 그 전승 자체가 소멸하거나 또는 ‘합리화’되어 재해석되는 일’이다.
이 개념을 사용하여 본고에서는 설녀雪女라는 요괴를 사례로 들고 현대 일본에서의 요괴의 존재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설녀의 일본어는 ‘유키’와 ‘온나’를 합쳐서 ‘유키온나’라고 한다.

2 설녀 이미지의 고정화

44p. 여기에서는 설녀라고 불리는 요괴를 사례로 든다. 설녀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전승이 있는데 이러한 전승을 몇 가지 타입으로 분류하여 현대의 설녀상에 큰 영향을 끼친 그리스 출신의 일본연구가 라프카디오 헌(Lafcadio Heam)이 1906에 출간한 <괴담>에 나오는 설녀를 소개한다. 이어서 에도江戸 시대에 그려진 요괴 그림의 설녀와 현대 일본에서 캐릭터화된 설녀에 관해서 비교하고 그 변화를 정리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필자가 조사하다가 들은 설녀 이야기를 제시하여 그 ‘그럴싸한’이야기를 바탕으로 현대 일본에서의 요괴에 대해 고찰한다.

설녀의 전승

설녀란 어떤 존재인가. <다이지센大辞泉>에서 찾아보면 ‘설국의 전설로 눈 내리는 밤에 하얀 옷을 입은 여자의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눈의 정령. 유키무스메雪娘, 유키조로雪女郎.(계절 겨울)’이라 정의되어 있다. 이름 그대로 눈에 관련된 요괴이며 또한 계절감을 나타내는 말로 쓰일 정도로 유명한 존재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현대 일본에서의 요괴란 이와 같이 고정화된 이미지만의 존재가 아니다. 사전에서 이와 같이 정의되는 시점에서 미처 소개되지 못한 여러 요소가 있음은 물론이다. 이러한 점을 근거로 하여 아래에서는 <신화전설사전>을 참고로 각지에 전해 내려온 설녀 전승을 정리/분류해 보았다.

(1) 아내 타입
(2) 방문자 타입
(3) 우부메姑獲鳥 타입
(4) 노파 타입
(5) 식인 타입